건축물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건축물이 구현하는 가장 흔한 차별은 정문과 뒷문이다.

정문과 뒷문, 높은 담, 전용 공간이 삼박자로 존재하는 곳이 한국의 국회의사당이다.

건축물이 구현할 수 있는 모든 특권을 전부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은 의사당 건물 앞에까지 와서도 다시 5분을 걸어 뒷문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모든 규제가 '국회 청사 출입에 관한 내규'에 명시되어 있다.

특권 의식은 특권이 구현된 건축물을 낳고, 이러한 건축물은 다시 특권 의식을 강화한다. 그리고 왜곡된 특권 의식은 부패와 밀실 담합으로 이어진다. 건축물은 정치적 구조물이며, 국회의사당의 잘못된 구조를 바꾸는 것은 그 자체가 곧 정치적 개혁이다.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80
2008/12/15 16:57 2008/12/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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