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장 믿음으로 만짐
거라사에서 서쪽 해안에 돌아오신 예수께서는 당신을 영접하려고 모여있는 군중을 보셨다. 그들은 예수를 기쁨으로 맞이 하였다. 예수께서는 바닷가에서 얼마 동안 머무르시면서 가르치시고 병자를 고치시다가 연회석상에서 세리들을 만나기 위하여 레위 마태의 집으로 향하셨다. 회당장 야이로가 여기에서 예수를 만났다.
이 유다 장로는 심히 슬퍼하며 예수께 나아와 발 아래 엎드려서 부르짖었다. “내 어린 딸이 죽게 되었사오니 오셔서 그 위에 손을 얹으사 그로 구원을 얻어 살게 하소서.”
예수께서는 즉시로 회당장과 함께 그의 집을 향하여 출발하셨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긍휼을 베푸시는 일을 매우 많이 보았지만 오만한 “랍비”의 간원에 응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그들은 저희 주를 따랐고 사람들도 열심과 기대를 가지고 뒤따랐다.
회당장의 집은 멀지 아니하였으나 군중이 사방에서 그를 압박했기 때문에 예수와 그의 동행자들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걱정이 되는 아버지는 지체되는 것이 조마조마하였으나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는 예수께서는 때때로 멈추시어 고통당하는 자를 구하시고 마음에 근심하는 자를 안위하셨다.
그들이 아직도 길을 가는 도중에 한 사자가 군중을 뚫고 나와서 야이로에게 그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였으므로 이제 예수께 더 염려를 끼쳐드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예수께서 그 말씀을 들으시고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 그리하면 딸이 구원을 얻으리라” 고 말씀하셨다.
야이로는 군중을 밀치고 구주 곁에 더 바싹 다가왔다. 그리하여 그들은 함께 회당장의 집으로 급히 발을 옮겼다. 벌써 그 곳엔 곡하는 사람들과 피리 부는 사람들이 와 있어서 그들의 떠드는 소리가 공중에 사무쳤다. 무리가 모여 있는 것과 떠드는 소리는 예수의 마음을 거슬리게 했다. 예수께서는 “너희가 어찌하여 우느냐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말씀 하심으로써 그들을 잠잠하게 하려고 하셨다. 그들은 이 외인의 말에 성이 났다. 그들은 아이가 죽는 것을 보았으므로 그를 멸시하고 조롱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을 모두 집에서 떠나도록 요구하신 후에 소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베드로, 야고보, 요한 등 세 제자를 데리시고 시체가 있는 방으로 함께 들어가셨다.
예수께서는 침대 곁에 가까이 가셔서 당신의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그 소녀의 집에서 흔히 쓰는 말로 “소녀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고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의식이 없는 몸에 즉시 가느다란 움직임이 지나갔다. 생명의 맥박은 다시 뛰기 시작하였다. 입술은 미소와 함께 열렸다. 소녀는 마치 잠에서 깬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소녀는 일어났다. 그의 부모는 팔로 딸을 꼭 껴안고 기쁨의 울음을 터뜨렸다.
예수께서는 십이년 동안 질병 때문에 괴로운 생애를 살아온 불쌍한 여인을 군중 가운데서 만나셨다. 그 여자는 모든 재산을 의사의 치료비와 약값으로 다 썼으나 불치라는 선고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병자를 고치신 사실들을 알게 되자 그 여자의 소망은 다시 살아났다. 그는 예수께 갈 수만 있다면 고침을 받으리라고 확신하였다. 그 여자는 허약하고 괴로운 중에도 예수께서 가르치시는 해변에 나와서 군중을 뚫고 들어가려고 노력하였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그 여자는 다시 레위 마태의 집에서 예수를 따랐으나 여전히 예수께 가까이 나갈 수 없었다. 그 여자가 거의 절망하게 되었을 때 예수께서는 무리를 헤치고 나가시면서 그 여자가 있는 곳에 가까이 오셨다.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 여자는 드디어 크신 의원이신 예수 앞에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여자는 혼잡속에서 예수의 모습을 잠깐 스쳐보았을 뿐 그에게 말할 수도 없었고 그를 붙들 수도 없었다. 구조될 유일의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서 그 여자는 앞으로 밀고 나가면서 혼잣말로 “그 겉옷만 만져도 구원을 받겠다”고 하였다. 그 여자는 예수께서 지나실 때에 앞으로 나아가서 예수의 옷가를 간신히 만지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 여자는 자기가 나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한 번의 만짐에 그 여자의 일생의 믿음이 집중되었고 그 즉시로 그 여자의 고통과 쇠약함은 완전한 건강의 활력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 여자는 감사한 마음으로 군중 가운데서 물러나오려고 하였다. 그때 예수께서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셨다. 따라오던 사람들도 예수와 함께 걸음을 멈추었다. 예수께서는 몸을 돌이키시고 주위를 둘러보시면서 군중의 혼잡 속에서도 똑똑히 들리는 음성으로 “내게 손을 댄 자가 누구냐”고 물으셨다. 사람들은 이 물음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예수께서는 여기저기로부터 아무렇게나 떠밀리셨으므로 그렇게 질문하시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언제든지 말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베드로가 “주여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물으시나이까” 하고 말하였다. 이에 예수께서는 “내게 손을 댄 자가 있도다 이는 내게서 능력이 나간 줄 앎이로다”라고 말씀하셨다. 구주께서는 믿음으로 만지는 것과 무관심한 군중의 우연한 접촉을 구별하실 수 있었다. 이런 믿음을 아무런 언급 없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었다. 예수께서는 그 미천한 여자에게 기쁨의 샘이 될 안위의 말씀, 세상 끝날 때까지 예수를 따르는 자들에게 축복이 될 말씀을 하기를 원하셨다.
예수께서 여자를 바라보시면서 누가 자기를 만졌는지를 꼭 아시려고 하셨다. 숨길 수 없음을 알자 그 여자는 떨면서 앞으로 나와 예수의 발 아래 엎드렸다. 그 여자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의 고통당한 이야기와 어떻게 고침을 받았는가를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부드럽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옷을 만지는 행위만으로도 치유하는 능력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미신이 생겨날 기회를 허용하지 아니하셨다. 병이 완쾌된 것은 예수와의 외적인 접촉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요 예수의 거룩하신 능력을 붙잡은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그리스도의 주위에 가까이 밀려 다니며 경탄하던 군중은 생명의 능력에 접근해 있음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러나 고통당하는 그 여인은 고침을 받으리라고 믿고 손을 내밀어 예수를 만졌을 때에 치유의 능력을 체험하였다. 영적 사물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 신앙에 관하여 경박하게 말하거나 주린 심령과 산 믿음 없이 기도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리스도를 단순히 세상의 구주로 받아들이는 명목상의 믿음은 결코 심령의 치유(治癒)를 가져올 수 없다. 구원에 이르는 믿음은 단순히 진리에 대한 단순한 지식인 동의가 아니다. 온갖 것을 알기까지 믿음을 활용하지 않는 자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수 없다. 그리스도에 관하여 믿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참으로 믿어야 한다. 우리에게 유익을 주는 유일한 믿음은 곧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믿는 것, 곧 그리스도의 공로를 우리들 자신의 것으로 삼는 믿음이다. 많은 사람들은 믿음을 한 의견으로 여긴다. 구원하는 믿음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자들이 자신들을 하나님과의 계약 관계로 결합시키는 한 거래이다. 진정한 믿음은 생명이다. 산 믿음은 활력의 증가, 의지하는 신뢰를 의미하며 그것으로 말미암아 영혼은 정복하는 능력자가 된다.
여인을 고치신 후에 예수께서는 그 여인이 받은 바 축복을 고백하기를 원하셨다. 복음이 가져다 주는 선물은 몰래 보존하거나 은밀히 즐겨서는 안된다. 그와 같이 주께서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고백하라고 요구하신다. “너희는 나의 증인이요 나는 하나님이니라 여호와의 말이니라”(사 43:12).
하나님의 미쁘심을 우리가 선전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세상에 나타내는 데 있어서 하늘이 선택한 수단이다. 우리는 옛날의 성인들을 통하여 알려진 바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효력이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경험에 대한 증언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 속에 있는 하늘의 능력의 역사를 드러내는 하나님의 증인들이다. 각 개인은 모든 다른 개인과는 구별되는 생애를 하며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과는 같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자신의 개성으로 특징 지워진 찬송을 당신께 상달 시키기를 원하신다. 그리스도와 같은 생애가 밑받침이 될 때에 하나님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는 귀중한 고백은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역사하는 강력한 능력이 된다.
열 명의 문둥병자가 고침을 받기 위하여 예수께 나왔을 때에 예수께서는 가서 그들의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라고 명령하셨다. 그들은 가는 도중에 고침을 받았으나 그 중에 오직 한 사람만 돌아와서 예수께 영광을 돌렸다. 다른 문둥병자들은 그들을 낫게 하여 주신 예수를 잊어버리고 저희 갈 길을 가 버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와 똑같은 일을 행하고 있는가! 주께서는 인류에게 유익을 끼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일하신다. 그는 늘 당신의 은사를 제공하고 계신다. 그는 병상에서 신음하는 병자를 일으키시며 그들이 보지 못하는 위험에서 사람들을 구하시고, 하늘의 천사들에게는 저들을 재난에서 건지고 “흑암 중에 행하는 염병과 백주에 황폐케 하는 파멸”(시 91:6)에서 보호하라고 분부하시건만 저들의 마음은 감명을 받지 않는다. 주께서는 그들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늘의 모든 부요하심을 주셨건만 그들은 주의 크신 사랑에 무관심하다. 배은 망덕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하여 마음을 닫는다. 그들의 심령은 사막의 떨기나무 같아서 좋은 일의 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광야 건조한 곳, 사람이 거하지 않는 땅에 거한다.
하나님의 모든 선물을 우리 기억에 생생하게 보존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유익이 된다. 이리하여 믿음은 요구하고 받는 일에 더욱 강하여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믿음과 경험에 대해서 읽을 수 있는 모든 기사 가운데서 보다 자신이 하나님에게서 직접 얻는 가장 적은 축복 가운데서 더 많은 격려를 얻는다. 하나님의 은혜에 응답하는 사람은 물 댄 정원과 같다. 그의 치료는 급속할 것이며 그의 빛이 흑암 중에서 발하여 주의 영광이 그에게서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의 자비와 그 많은 긍휼하심을 기억하도록 하자. 이스라엘 백성처럼 증거의 돌비를 세워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그 귀한 이야기를 그 돌에 새기자. 그리하여 주께서 우리의 생애에서 우리를 대우하신 일들을 돌아보고 감사함이 충만한 마음으로 “여호와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꼬 내가 구원의 잔을 들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여호와의 모든 백성 앞에서 나의 서원을 여호와께 갚으리로다”(시 116:12-14)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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