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승 리
“이에 마귀가 예수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다가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가로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 내리라 기록하였으되”
“저가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저희가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로다 하였느니라.”
사단은 이제 예수를 예수 자신의 입장에 서서 대하려고 하였다. 이 간교한 원수 자신이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제시하였다. 그는 여전히 광명한 천사처럼 나타났으며, 또한 그가 성경에 정통하며 쓰여진 글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었다. 예수께서 전에 당신의 믿음을 확증하시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사용한 것처럼 이제는 유혹자가 자기의 기만을 가리기 위하여 그것을 인용하였다. 그는 예수의 충성을 시험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지금은 예수의 확고하심을 칭찬하였다. 구주께서 하나님께 대한 신뢰를 표시하였을 때에 사단은 여전히 구주의 믿음에 대한 또 다른 증거를 보여주기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두번째 시험은 또다시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라는 의심을 암시하는 말로 시작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일 … 이어든” 이라는 말에 대답하도록 유혹받았으나 의심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그는 사단에게 증거를 주기 위하여 자기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
시험하는 자는 그리스도의 인성을 이용하려고 생각하고 그로 하여금 참람하게 되도록 충동하였다. 그러나 사단은 유혹은 할 수 있으나 죄를 짓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그는 예수를 밀쳐 떨어뜨릴 수 없음을 알고 예수께 뛰어 내리라고 말했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개입하시어 예수를 구원하실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단은 또한 예수를 강제로 “뛰어 내리게” 할 수도 없었다. 그리스도께서 시험에 동의하지 않는 한 그는 그분을 정복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이나 지옥의 모든 권세라도 그리스도를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뜻에서 떠나게 할 수 없었다.
유혹자는 결코 강제로 우리로 악을 행하게 할 수 없다. 그는 우리의 마음이 그의 지배에 굴복당하지 않는 한 그것을 지배할 수 없다. 의지가 승낙하고 믿음이 그리스도를 잡은 손을 놓은 후에야 사단은 자기의 세력을 우리에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품고 있는 모든 죄된 욕망은 사단에게 발판을 제공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표준에 이르지 못한 점마다 사단이 그리로 들어와서 우리를 시험하고 멸망시킬 수 있는 열린 문이 된다. 우리가 실패하고 패배를 당할 때마다 사단에게 그리스도를 비방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저가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시리니”라는 약속을 인용하면서 사단은 “네 모든 길에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는 말씀,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택하시는 모든 길에 서라는 말씀을 했다. 예수께서는 순종의 길에서 벗어나기를 거절하셨다. 예수께서는 하늘 아버지를 완전히 신뢰한다는 것을 드러내시는 한편 자기를 사망에서 구원하기 위해 아버지의 간섭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그런 처지에 자기 자신을 두지 않으실 것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구출하게 하심으로 사람에게 신뢰와 복종의 모본을 주지 못하게 되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예수께서 사단에게 “또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느니라”고 선언하셨다. 이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목이 말라서 모세에게 물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아닌가”(출 17:7) 하고 부르짖을 때에 모세가 한 말이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기적적으로 역사하셨지만 난관을 만나면 그들은 하나님을 의심하고 하나님께서 함께 계시는 증거를 요구하였다. 그들은 불신 가운데서 그를 시험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사단은 그리스도에게 같은 일을 하도록 재촉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예수께서 당신의 아들이심을 증거하셨다. 지금에 와서 또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나님께 요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시험하는 것, 곧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지 않으신 것을 요구하는 일도 역시 같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일은 불신을 나타내고 하나님을 진실로 시험하는 것이 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성취시키시는지의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 말씀을 성취시킬 것이기 때문에 간구해야 한다. 그가 우리를 사랑하시는지를 입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간구해야 한다.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 11:6).
그러나 믿음은 조금도 추측(推測)과 관련이 없다. 참된 믿음을 가진 자만이 추측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추측은 사단의 모조판 믿음이기 때문이다. 믿음은 하나님의 약속을 주장하고 순종의 열매를 맺는다. 추측도 약속을 주장하지만 사단이 그러했듯이 범죄를 변명하기 위하여 이용한다. 믿음은 우리 인류의 시조로 하여금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고 그의 명령들을 순종하도록 인도하였을 것이다. 추측은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 그들의 죄의 결과에서 그들을 구원해줄 것으로 믿게 함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도록 이끌었다.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을 따르지 않으면서 하늘의 은총을 요구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참된 믿음은 성경의 약속들과 준비해 놓으신 것들을 기초로 한다.
사단은 불신을 일으키는 일에 실패할 때에 흔히 우리로 추측하도록 이끄는 일에 성공한다. 만일 그는 그가 우리로 스스로 불필요하게 시험의 길에 들어서게 만들 수 있다면 승리는 자기의 것임을 안다. 하나님께서는 순종의 길을 걷는 모든 사람을 지켜주실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이탈하는 것은 사단의 영역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서는 것이다. 그 곳에 들어가면 우리는 틀림없이 패배한다. 구주께서는 우리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있어 기도하라”(막 14:38)고 명하셨다. 묵상과 기도는 우리로 위험의 길로 무모하게 들어가지 않도록 지킬 것이며 많은 패배를 면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시험의 맹공격을 받을 때 우리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때때로 우리는 하나님의 영이 과연 우리를 인도해 오셨는지 의심한다. 그러나 예수를 광야로 인도하여 사단에게 시험을 받게 하신 것은 곧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시련에 들어가게 하실 때 그는 우리의 유익을 위하여 이루실 목적을 갖고 계신다. 예수께서는 자발적으로 시험에 들어가심으로써 하나님의 약속을 앞뒤 생각 없이 믿거나 시험이 닥쳐왔을 때 낙심에 빠지지도 않으셨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하나님께서는 “감사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며 지극히 높으신 자에게 네 서원을 갚으며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고전 10:13; 시 50:14, 15)고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둘째 시험에도 승리자가 되셨으며, 사단은 이제 자신의 본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갈라진 발과 박쥐의 날개를 가진 무서운 괴물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비록 타락하였지만 힘센 천사이다. 그는 자기가 반역의 지도자요 이 세상의 신이라고 공언하였다.
사단은 예수를 높은 산 위에 세워놓고 이 세상 왕국들의 모든 화려한 영광의 전경(全景)을 그의 앞으로 지나가게 하였다. 햇빛이 전각들이 있는 성들과 대리석 궁전들과 비옥한 전답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포도원들을 비추었다. 악의 흔적들은 숨기워졌다. 조금 전까지도 음침하고 황폐한 것밖에 볼 수 없었던 예수의 눈은 지금 비할데없는 아름다움과 번영의 장면들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 때에 유혹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모든 권세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가 넘겨 받은 것이므로 내가 주고자 하는 자에게 주노라 네가 만일 내게 절하면 이 모든 것이 다 네 것이 되리라.”
그리스도의 사명은 오직 고난을 통하여서만 성취될 수 있었다. 그의 앞에는 슬픔, 고난, 투쟁의 생애와 수치스러운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온 세상의 죄를 지셔야만 한다. 그는 하늘 아버지의 사랑에서 끊기는 일을 견디셔야 한다. 이제 유혹자는 그가 찬탈했었던 권세를 포기하겠다고 제의하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단의 최상권을 인정함으로써 두려운 미래를 피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대쟁투에서 승리를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사단이 하늘에서 범죄하게 된 것은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보다 높이려고 한 데 있었다. 그가 만일 지금 이긴다면 반역의 승리를 의미할 것이다.
사단이 그리스도에게, 이 세상 나라와 영광은 내가 넘겨 받은 것임으로 자신이 주고자 하는 자에게 줄 것이라고 한 그의 말은 부분적으로만 사실이었다. 그는 속이는 목적에 이용하기 위하여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사단의 통치권은 아담에게서 빼앗은 것이었으나 아담은 창조주의 대리인이었다. 사단의 통치권은 독립적인 통치가 아니었다. 이 땅은 하나님의 소유요 그분은 만물을 그의 아들에게 맡기셨다. 아담은 그리스도의 지배아래서 통치해야 할 것이었다. 아담이 속아서 자기의 통치권을 사단의 손에 넘겨 주었을 때에도 그리스도는 여전히 합법적인 왕이셨다. 그러므로 주께서 느부갓네살 왕에게, “지극히 높으신 자가 인간 나라를 다스리며 자기의 뜻대로 그것을 누구에게든지 주시며”(단 4:17)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사단은 찬탈한 그의 권세를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유혹자가 그리스도께 이 세상 나라와 영광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은 그리스도께 이 세상의 참된 왕권을 포기하고 사단의 지배 하에서 통치권을 쥐라고 제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통치권은 유대인들이 소망하던 것과 같은 통치권이었다. 그들은 이 세상 나라를 원하였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그러한 나라를 주시겠다고 승낙하셨다면 그들은 그를 기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죄의 저주와 그 모든 재난이 이 땅에 임하여 있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혹자에게 “사단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고 말씀하셨다.
하늘에서 반역을 일으킨 자는 세상 나라를 그리스도에게 제공하여 악의 원칙에 대한 그리스도의 경의를 매수하려고 하였지만 그리스도께서는 매수되지 않으셨다. 그는 의의 나라를 세우려고 오셨으며 자기의 목적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사단은 이와 같은 종류의 시험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는 이 점에서 그리스도에게서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권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이 세상 나라를 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는 사람들이 성실을 희생하고 양심을 무시하며 이기심에 빠지도록 요구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에게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분부하신다. 그러나 사단은 그들의 옆을 따라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영생에 관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나를 섬겨야 한다. 너희의 행복은 나의 수중에 있다. 나는 너희에게 재물과 쾌락과 명예와 행복을 줄 수 있다. 나의 권고를 들으라. 정직이나 자아희생 등과 같은 별난 사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 내가 너희 앞에 길을 예비하여 주리라. 이런 유혹에 많은 무리가 속임을 당한다. 그들은 자신을 섬기기로 승낙하고 사단은 만족해 한다. 사단은 세상 지배권에 대한 희망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면서 한편으로 사람의 심령을 주관하는 지배력을 확보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오래지 아니하여 빼앗기게 될 이 세상 나라를 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는 그 대가로 그들에게서 하나님의 아들들의 유업을 얻을 자격을 속여서 빼앗는다.
사단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인지를 질문했었다. 사단은 즉시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은 그가 반박할 수 없는 증거였다. 신성이 고난받는 인성을 통하여 번쩍였다. 사단은 예수의 명령을 거역할 능력이 없었다. 사단은 수치와 분노로 몸부림치면서 구주 앞에서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아담의 실패가 완전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승리도 완전하였다.
그와 같이 우리도 시험을 대항하여 사단을 우리에게서 떠나가게 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께 순복하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승리를 거두셨다. 그는 사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순복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하나님을 가까이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 하시리라”(약 4:7, 8). 우리는 유혹자의 세력에서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없다. 사단은 인류를 이겼다. 그러므로 우리의 힘으로 대항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의 계교의 희생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호와의 이름은 견고한 망대라 의인은 그리로 달려가서 안전함을 얻는”(잠 18:10)다. 사단은 이 능력 있는 이름 안에서 피난처를 구하는 가장 연약한 자들 앞에서 떨며 도망할 것이다.
마귀가 떠나간 후에 예수께서는 얼굴이 사색(死色)이 되신 채 기진맥진하여 땅에 엎어지셨다. 하늘의 천사들은 그들의 사랑하시는 사령관께서 우리 인류에게 피할 길을 열어 놓으시기 위하여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그 무서운 투쟁을 목도하였다. 그는 시험을 이기셨으니 이 시험은 우리가 장차 당할 어떠한 시험보다도 더 큰 시험이었다. 이제 천사들은 죽어가는 사람처럼 엎어진 하나님의 아들에게 수종들었다. 그는 먹을 것을 취하심으로 원기를 회복하셨고 그의 아버지의 사랑의 기별과 온 하늘이 그의 승리로 기뻐한다는 보증을 듣고 위로를 받으셨다. 생기를 다시 회복하시자 그의 넓으신 마음에서 인류에 대한 동정이 흘러나왔다. 그는 자기가 시작한 사업을 완수하기 위하여 일어나셨다. 원수가 정복당하고 타락한 인류가 구속받을 때까지 그는 쉬지 않을 것이었다.
구속받은 자들이 하나님의 보좌 앞에 구주와 함께 설 때까지는 우리의 구속을 위하여 치뤄진 대가를 깨달을 수 없다. 영원한 본향의 영광이 황홀하게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는 그 때에 우리는 예수께서 이 모든 것을 우리를 위하여 버리시고 하늘 궁전을 떠나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실패와 영원한 상실의 위험성을 무릅쓰셨다는 것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 때에 우리는 우리의 면류관을 그의 발 앞에 던지고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이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다”(계 5:12)라고 소리 높여 노래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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